미국 공군의 노장 폭격기인 B-52는 거의 70년 동안 전략 폭격기로서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형님입니다. 바로 얼마전 미국과 이란 간에 긴장이 고조되었을 때 공습 임무에 투입하기 위해 미국 루이지애나주 바크스데일 공군기지로부터 이륙했던 현역입니다.
현재 70살 가까이 되는 형님이 곧 신병을 맞이할 예정입니다. 신병의 이름은 B-21 Raider 인데요. B-21은 차세대 스텔스 폭격기로서 미 공군용 노스럽 그러먼이 개발해 제작하였습니다.
이 두 친구가 함께 군생활을 시작하는 시기는 약 10년 뒤인 2030년 경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큰형님 B-52의 초도비행 시기가 1952년이었으니까 동거를 시작할 2030년에 B-52의 나이는 거의 80살 가까이 되는 셈입니다.
80살이나 차이나는 노병과 신병이 함께 군생활 하는 모습은 어떤 모습일지, 아직 10년이나 남아 있지만 상상해 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큰형님은 여유있고 느긋하게 지내는 반면, 새파란 신병은 군기가 바짝 들어서 빠릿빠릿하게 움직일 것입니다.
B-52는 저렴한 비용으로 운용할 수 있으며, 장거리 비행과 폭장량 등의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항공 전력 트렌드인 스텔스 성능은 갖추고 있지 않습니다. B-52는 적에게 미국의 자신감을 표출시키는 목적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덩치 큰 B-52는 적 전투기 요격을 걱정하지 않으며 굳이 적의 방공망을 피하지 않아, 어떠한 상황에서도 제공권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B-52의 나이를 감안할 때 지금은 다소 부담스러운 임무일 수 있지만, 최근 미 언론에 의하면 공군 전략폭격기 B-52H가 핵폭탄 투하 임무는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고 보도하면서 B-52의 부담이 많이 줄어든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언급된 폭탄은 자유낙하 폭탄으로서 추진력이 없는 폭탄을 의미합니다. 그대신 B-52는 공대지 순항미사일인 AGM-86B를 투하하는 임무를 부여받게 되는데, 이 미사일은 핵탄두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B-52가 작전을 진행하면서 적의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게 줄어듭니다. 왜냐하면 이 순항 미사일의 사거리가 2400km에 육박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먼 거리에서도 느긋하고 여유있게 미사일을 발사하는 형태로 운영하면 됩니다.
자유낙하 핵폭탄을 탑재하고 있는 B-61 전술핵무기의 중량은 약 320kg입니다. 따라서 B-52보다 훨씬 작은 기체인 F-16도 운용하고 있습니다. 자유낙하 폭탄을 이용한 목표 타격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목표물에 가깝게 다가가야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당연히 몸집 크고 둔한 B-52보다는 기동성이 뛰어난 전투기의 활용도와 효율성이 훨씬 더 높습니다.
더군다나 방공미사일의 성능이 좋아지고 비정규전 상황에서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의 위협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때문에 굳이 무겁고 둔한 B-52를 적 목표물에 접근시켜 리스크를 키울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의 한 선임연구원은 미 국무부가 운영하는 미국의 소리라는 방송을 통해 큰 기체를 가진 B-52가 원거리 핵공격 임무 전환을 부여받은 것은 전략 자산 보호 측면에서 오히려 이득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신병 B-21 스텔스 폭격기는 적의 목표물에 접근하여 공대지 공격을 하는 임무를 부여받게 됩니다. 큰형님 B-52와는 다르게 행동해야 합니다. 공대지 공격 임무 외에도 다른 추가 임무가 있을 것입니다. 바로 공대공 임무인데요. 최근 미 공군 잡지에 실린 미 태평양 공군 사령부 중장의 말에 의하면 공대공 미사일을 탑재하고 요격 위협에 B-21 스스로가 대응할 수 있게 하겠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사실 폭격기가 자체 방어를 위한 무기를 싣고 비행하는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 있었던 일입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기동성이 좋은 전투기와 운항거리 및 폭장량을 확보한 전투기로 분리하여 운용해 왔습니다.
미 공군이 B-21의 추가 임무인 공대공 방침을 세운 것은 미 해군이 포기했던 어벤저Ⅱ 개발사업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1983년 Advanced Tactical Aircraft 개발 계획을 착수한 미 해군은 A-12 어벤저Ⅱ를 함재기고 운용하고, 공대공 미사일 AIM-120 AMRAAM 및 폭탄 2300kg을 장착하면서 스텔스 성능을 보유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일정이 계속 지연되고 개발비 또한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결국 8년만에 사업을 포기하였습니다. 이러한 전례가 있었기에 미국의 일부 매체에서는 신규 스텔스 폭격기 B-21는 전투기가 될 것인가 라는 회의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전투기와 폭격기의 결합이 기술적인 장벽을 넘지 못한 것을 걱정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미 공군이 B-21과 관련하여 밝힌 내용을 보면 군사 기술 발전을 충분하게 활용하겠다는 그들의 속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B-21이 생존능력 및 장거리 공습능력을 갖추고 적의 방공망을 뚫고 들어갈 것이라고 미 공군은 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서부 내륙 깊숙히 위치한 ICBM 기지를 공습하는 임무가 언급되기도 하는데요. 이는 현재 중국이 미국과 전략적 경쟁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언급의 의미는 중국의 지대공 미사일 위협을 없애버려도 만약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중국 공군기들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공대공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