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2020년이죠.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8년에, 국방부가 '2020년 한국군 모습'을 공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최근들어 그 당시 예상했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여 얼마나 현실화되었는지 밀리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많이 비교들을 해 보는 것 같습니다.
여러가지가 있지만 간단히 전투복 부분만 먼저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국방부 그래픽의 2020년 한국군은 첨단 전투복을 착용하고 있었는데요. 이 전투복은 방탄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적의 화생방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며 카멜레온처럼 전투복 색깔도 변해서 위장에도 능숙한 첨단 제품입니다.
국방부는 2008년 당시에 2020년 정도가 되면 이러한 군 보급품이 지급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지만 막상 2020년인 현실을 보면 전혀 그렇지 못합니다. 사실 위와 같은 기능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정말 뛰어난 아이템으로서 전투에 막강한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현재로서는 아직 군대에서 이러한 전투복을 전혀 볼 수 없기에 다소 안타깝습니다.
사실 첨단 전투복이나 통합 헬멧 등에 적용되는 기술들 중 대부분이 개발은 되었고, 현실 가능하다는 것 자체는 입증이 되었습니다. 다만 이러한 기술들을 융합하여 실제로 출시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국방부의 2020년 한국군 예상도는 밀리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십거리로 전락했지만, 국방부 관계자는 당시의 기술 개발 동향 검토 후 제시된 미래의 모습이라면서 이는 개발 목표라기 보다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과 길을 제시하는 수준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우리 육군은 이러한 미래 병사의 대안으로 워리어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워리어 플랫폼은 개인 병사가 최고도의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게 전투복 및 장구류를 개선하고 향후에 하나로 통합하는 전투체계를 의미합니다. 2020년 미래 한국군의 모습과 비교하면 기준이 많이 낮아진 느낌이지만, 육군은 2026년 이후의 미래 병사와 유사한 체계를 제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작년 12월 초에 K11 복합 소총에 대한 사업을 중단하였습니다. K11 소총은 자동 소총과 공중 폭발 유탄 발사기를 결합한 형태로서 차세대 복합형 총기로 관심을 받았었습니다. 하지만 잦은 결함이 발생하였고 이에 대한 지속적인 보완 및 수정을 하였으나 결국은 사업화하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위에 언급된 전투복이나 헬멧도 그러했듯이, 2020년 경에 출시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무기 또는 무기체계들도 많이 보입니다. 아직 현실화 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는 기술 부족 및 높은 가격 때문입니다.
국방부는 전방 철책선을 지키는 로봇을 2012년에 투입하는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2006년에 제시되었던 이 계획에 등장하는 로봇은 경계 중 적 발견 시 경고를 하고 암구호를 묻기도 합니다. 또한 적외선 추적장치나 열화상 추적 장치 등 첨단 장비를 탑재하였고, 경우에 따라서는 기관총을 발사하여 침투한 적을 제압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견마 로봇 개발에 334억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2012년 8월까지 완료하겠다는 계획도 세웠었습니다. 견마 로봇은 위험한 지역에 병사 대신 투입되어 군수 물자를 나르거나 지뢰를 탐지하는 등의 힘들고 위험한 임무를 맡습니다. 또한 무인전투 체계 개발에 포함되어 시가지 전투 발생 시 투입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는 장기 계획으로 짜여졌는데, 2013년부터 2020년까지 총 2단계로 시행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목표로 삼았던 시점에서 8년이나 지난 현재도 애초에 계획했던 로봇을 볼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DMZ에 설치되어 있는 과학화 경계시스템은 센서를 이용하여 적 침입을 감지하고 영상장비를 통해 원격으로 감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계획했던 것과는 아직은 거리가 먼 현실입니다.
작년 6월에 개최된 2019년 1차 코리아 매드 사이언티스트 컨퍼런스에서 개발 중인 견마 로봇이 등장했었습니다. 개발 중인 단계로 아직 완성된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최근에는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영향으로 견마 로봇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첨단 제품들이 계획된 시기에 등장하지 못하는 경우는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역시 작년 초에 전술 공격 경무장 요원 특수복 계획을 포기한다고 밝혔습니다. 탈로스라고 불렸던 이 프로젝트는 미국판 미래 병사 프로젝트였는데요. 미국 특수작전사령부는 2018년까지 시제품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어찌되었든 원대한 목표를 갖고 일을 추진하는 것은 그것이 실패하더라도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해당 사업을 접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며, 그러한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더욱 올바른 방향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예전에 그렸던 그 모습이 우리 눈 앞에 펼쳐질 날이 반드시 올 것입니다.